중국의 부상이 아니라 ‘중국의 귀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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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상이 아니라 ‘중국의 귀환’이다
  • 정거배
  • 승인 2016.06.3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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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제대로 알자<67>
▲ 중국은 이제까지 미국 등 서구가 세계를 향해 취해 왔던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가고 있다. 경제대국이라고 보는 것은 단편적인 시각이다. 중국은 인류의 인문학적 가치와 근거를 마련해 왔던 사상대국이다. 그래서 사상대국 중국이 앞으로 어떤 길을 가느냐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결정되리라고 본다. 덧붙이자면, 중국의 귀환은 한반도에서 냉전체제를 종식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거배인터넷전남뉴스기자/중국언어와 문화학 전공
- 연재를 마치며

선승이 달을 가리킬 때, 사람들은 달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선승의 손가락을 봤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산이 무너진다고 한다면 지나친 과장이다. 그러나 나뭇잎이 변하고 있는데도 나무만 바라보고 있다면, 산 전체가 변하고 있는 거대한 실체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21세기 중국의 부상을 단순히 경제 측면만을 보는 것은 근시안적 사고이자, 산 전체를 보지 못하고 색이 변한 나무만 쳐다보는 격이다. 그래서 ‘중국의 부상’이 아니라 중화민족 또는 중화세계가 다시 세계사 전면의 나서는 ‘중국의 귀환’이라고 해야 맞다. 이제까지 1년 6개월 동안 필자가 연재하며 가졌던 핵심은 바로 이것이었다.

지난 인류 역사를 보더라도 세계 문명을 주도했던 국가들은 바턴을 서쪽으로 넘겨주는, 이른바 서진(西進)을 했다. 패권의 1세대 스페인과 포르투갈부터 시작해, 그리고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가, 그 다음은 영국이, 그리고 제2차 대전이 끝난 이후에는 주도권이 대서양을 건넜다. 20세기는 미국의 세기였다. 베트남에서, 칠레에서, 그라나다에서, 파나마에서, 이라크에서, 군사력을 앞세운 미국패권의 시대였다. 선과 악은 미국편에 서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구분됐다. 정글의 논리가 통하는 세기였다. 이 시기 미국에 맞선 나라는 북한과 쿠바 등 손가락으로 꼽을 만했다.

일제의 조선식민지, 가쓰라-태프트 밀약
짚고 넘어가자면, 조선 땅이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강점당하기 직전 중대한 사건이 있었다.   1905년 일본은 러시아와 벌인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해 7월 29일이었다. 당시 미국 육군 장관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와 일본 내각총리대신 가쓰라 다로가 동경에서 비밀리에 만났다. 이들 두 사람은 일본은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식민 통치를 인정하며, 미국은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고 한반도를 '보호령'으로 삼아 통치하는 것을 서로 용인하기로 했다.  제국주의 간 상호 먹잇감을 용인하겠다는 그들만의 신사협정이었다.
 
20세기 말 사회주의 혁명 종주국 소련을 비롯해 동구 유럽 국가들이 사회주의 노선을 포기했다. 20세기 내내 세계를 쥐락펴락했던 냉전체제는 해체됐다. 그러나 유독 한반도에서는 박물관에 갔어야 할 냉전체제가 여전히 위세를 부리며 작동하고 있다. 그 이유는 기력이 떨어져 가고 있는 미국 패권주의가 존속하는 방법은 ‘한반도의 긴장상태 유지’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턱 밑에서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은 중국은 2016년 들어서 당사국 간 평화협정 체결을 주문하고 있다. 전쟁을 잠시 쉬는, 불안한 상태의 휴전이 아닌 평화를 약속하자는 것이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과 미국은 6.25전쟁 휴전협정 조인 당사자들이다. 그러나 중국의 평화협정 주문에 미국은 아무 대답이 없다. 또 한국은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할 권한이 없다.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의 숨겨진 성격이 언뜻 보인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나자, 연합국은 전쟁을 일으킨 범죄국가 독일을 동과 서로 분단시켰다. 그렇다면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제국주의를 독일처럼 분단시켜야 정상이었고 지극히 온당했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은 한반도를 분단시켰다. 미국은 사회주의 혁명을 이룬 소련과 대척점으로 한반도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그래서 1945년 해방 직후 38선 이남을 점령한 미국은 김구 주석의 상하이 임시정부도, 여운형 선생의 건국준비위도 인정하지 않았다. 자주적인 독립 국가 건설이 차단당했다.
 
친일파를 처단하기 위한 반민족행위자 처벌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강제로 해산 당했다. 대신에 일본 제국주의를 위해 조국을 배신했던 친일세력들은 기세가 등등했다. 친일세력에게 있어서 자주적인 통일국가 건설은 죽음이었다.그들이 새로운 한반도 남단의 주인이 된 미국의 취향대로 반공을 앞세우며 친일에서 친미로 옷을 갈아입은 것은 당연했다. 해방은 됐지만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6·25전쟁은 이 모든 것을 굳히는 호재로 작용했다.

분단체제는 진실을 왜곡한다
대한민국에서는 지금도 진행형인 비극과 불행, 모순은 이미 그때 태동하고 자리를 잡았다. 
반공국가 대한민국에는 미국의 안경이 씌어졌다. 미국식으로 생각하고, 사고하며, 행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민들은 민족보다는 혈맹이라는 이념을 추종했다. 분단극복보다는 분단체제유지에 힘을 실어줬다. 화해보다는 민족 간 증오가 우선됐다. 그래서인지 민주주의 반대는 공산주의라고 잘못 알고 있다. 그러나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민주주의와 대립되는 개념은 독재체제이며, 자본주의의와 대립되는 체제는 사회주의인지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분단체제는 진실을 왜곡시켜 왔다. 분단체제 하에서 결코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자가 몇 명이나 될까? 1980년 10월이었을 것이다.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그해 5월 광주학살을 주도한 전두환을 미합중국 제1호 국가귀빈으로 초청했다. 레이건과 전두환은 서로를 포옹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한반도의 긴장은 바로 미국 군산복합체의 기업들에게는 불경기 속에 희소식이다. 2015년 대한민국은 미국산 무기수입국 중 자랑스럽게(?) 1위를 차지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3위였는데 말이다.

서구패권의 시대가 막 내리다
서구사회가 약진하면서 세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대륙에 비해 월등한 문명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1492년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에 도착한 것은 금을 약탈하기 위한 항해였다. 서구는 약소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를 통해 자원 약탈과 인종청소 방식으로 지배하거나 노예로 만들었다. 그래서 그들 중심의 세계를 만들었다. 세계 표준시각은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 시각이며, 세계 공용어는 영어가 됐다. 세계 공통화폐는 달러가 됐다.

그러나 지난 200년 동안 군림해 왔던 미국 등 서구의 헤게모니는 약화되고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선언한 지 30년 만에 미국과 대등한 G2국가에 올랐다. 미국이 영원히 독주할 것 같았던 세계라는 거대한 산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서구가 만들고 구축해 놓았던 세계질서 체제가 장구한 역사와 문명을 가진 대륙, 중국의 부상으로 쇠퇴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1992년 8월 정식 수교를 했다. 수출해서 먹고 사는 한국은 중국과의 교역량이 한해 일본과 미국, 유럽연합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한국은 해외 수출 흑자의 70% 이상을 대중국 수출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2015년 한해만 보더라도 두 나라간 교역액은 2,274달러로, 한국의 대중국 흑자는 469억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해 양국 간 인적교류는 1천만 명을 넘어섰다. 두 나라를 오가는 항공편은 일주일에 1,100회로, 세계에서도 이런 빈번한 교류를 하는 나라는 없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한국이 잘 버틸 수 있었던 이유도 대중국 교류 덕이 컸다. 2015년 메르스 확산으로 제주도와 명동이 한산해졌다. 중국인들이 한국 방문을 포기하고 일본과 태국 등지로 발길을 돌렸다. 미국 뿐 아니라 유럽과 남미까지 세계 주요 관광시장은 중국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파리가 말꼬리에 붙어 천리를 간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 2차 대전 이후 반공을 국시로 삼아왔던 대한민국이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의 덕을 보는 역설을 어떻게 설명해 할까? 마땅한 성장 동력이 없는 한국경제는 중국경제 동향에 민감하게 요동치는 시대가 됐다.  20세기 말, 소련과 동구유럽이 사회주의를 포기하자 미국 등 서구는 중국에 눈을 돌렸다. 중국 위협론과 붕괴론이 그럴듯한 논리로 확산됐다. 그러나 그들의 시각과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는 몰락이 아닌 서구가 예상하지 못한 다른 길을 가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중국역할 기대
반면에 20세기 인류 문명의 진보를 주도했던 미국은 어떤가? 이라크 침공의 후유증과 역풍이 여전하다.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는 밑 빠진 항아리가 된 지 오래됐다. 아메리칸 드림으로 상징되는 서구식 자유민주의를 보편화시키는데 앞장서 왔지만, 한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지금의 미국은 건강해 보이질 않는다. 인구 10만 명 당 살인율은 6명으로, 유럽과 캐나다 등 다른 선진국보다 4배 이상 높다.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수감자 비율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무려 12배 이상 높다. 청소년 자살율과 낙태율, 성병 감염율은 스웨덴, 영국, 프랑스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20세기 내내 서구식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선전하며, 세계를 호령해 왔던 미국의 현재 모습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제까지 미국 등 서구가 세계를 향해 취해 왔던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가고 있다. 경제대국이라고 보는 것은 단편적인 시각이다. 중국은 인류의 인문학적 가치와 근거를 마련해 왔던 사상대국이다. 그래서 사상대국 중국이 앞으로 어떤 길을 가느냐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결정되리라고 본다. 덧붙이자면, 중국의 귀환은 한반도에서 냉전체제를 종식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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