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 부지·감점기준 등 실체 판단은 유보…목포권 “원점 재검증” 촉구
[목포시민신문] 국립목포대학교가 국립순천대학교에 대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국립의대 후보대학 추천 절차를 멈춰 달라며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서 각하됐다. 다만 법원은 순천대의 의대·대학병원 부지 확보나 심사의 공정성 등 실체적 쟁점은 판단하지 않아 국립의대 갈등의 무대가 본안소송과 교육부의 최종 심사로 옮겨갈 전망이다.
광주지법 행정1부는 지난 2일 목포대 측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상대로 낸 ‘국립의대 신설 후보대학 선정·추천 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는 신청 내용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에 앞서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특별시가 순천대를 선정해 교육부 장관에게 추천한 행위를 행정소송 대상인 ‘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립의대 신설 대학과 입학정원 배정 권한은 교육부 장관에게 있으며, 특별시의 추천은 행정기관 사이에서 이뤄진 내부적·중간적 행위라는 것이다.
교육부가 특별시 추천에 법적으로 구속되지 않고 추진계획서를 독립적으로 심사해 의대 신설 대학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순천대가 추천을 받아 먼저 심사받을 기회를 얻은 것은 법률상 효과가 아닌 사실상의 효과에 불과하다고 봤다.
신청인 자격도 인정되지 않았다. 목포대는 독립적인 법인이 아닌 국립대학이어서 대한민국 명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목포대와 순천대 모두 국가가 설립·운영하는 기관으로 두 대학의 경쟁에서 발생하는 이익과 불이익 역시 국가에 귀속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이 추천행위의 효력정지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고, 집행정지 요건인 ‘적법한 본안소송의 계속’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지난달 22일 심문에서도 전남권에 국립의대를 설립해 얻는 국가적 공익을 놓고 두 국립대학의 당락이 국가에 어떤 실질적인 차이를 발생시키는지, 특별시 추천이 교육부의 최종 결정에 어떤 구속력을 갖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번 결정으로 특별시가 지난 8월 30일 순천대를 1.3점 차이로 후보대학에 선정해 교육부에 추천한 절차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된다. 순천대 중심의 정부 후속 심사도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이번 각하를 후보대학 선정 과정이 공정하고 적법했다는 법원의 판단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판부는 소송 요건만 판단했을 뿐 목포대가 제기한 순천대 의대·대학병원 부지 확보의 적법성, 추진계획서의 ‘부지 기확보’ 기재, 부지 특정 여부, 사전에 마련된 감점기준 적용 여부 등은 살피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부는 교육부 장관이 특별시 추천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추천 과정에서 법령 위반이나 심사의 불공정성이 확인될 경우 교육부가 순천대를 곧바로 의대 신설 대학으로 결정하지 않고 보완 요구나 검증 등 필요한 후속조치를 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단순히 특별시 추천을 추인할지, 양 대학의 원자료와 평가 과정을 다시 검증할지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법원은 대학의 자율성이 헌법상 기본권이며, 사안에 따라 교수나 교수회도 자율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결정문에 담았다. 국립대 교수회 등이 향후 교육부의 최종 선정 처분을 대상으로 별도의 권리구제를 시도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다만 교수회 등의 원고 적격을 확정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어서 구체적인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
목포시는 각하 결정에 실망과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본안소송과 교육부 심사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원이·서미화 국회의원, 강성휘 목포시장, 이형완 목포시의회 의장과 목포지역 통합특별시의원·시의원들은 공동입장을 통해 “상황이 종료된 것이 아니라 목포대 본안소송과 교육부의 판단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정치권·시민사회와 가능한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원이 의원도 “이번 결정은 순천대의 의대·대학병원 부지 확보가 적법하다거나 후보대학 선정 과정이 공정했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목포의 36년 의대 유치 염원이 정당한 절차에서 평가받도록 법원과 교육부의 최종 판단까지 책임 있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서남권 의대 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 4일 목포역 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시에 선정 과정과 평가 근거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에는 특별시 추천을 그대로 수용하지 말고 후보대학을 원점에서 재심사할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지역 정치권, 대통령에게도 서남권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책임 있는 해법을 요구했다.
집행정지 신청은 각하됐지만 국립목포대 의대의 운명이 결정된 것은 아니어서 지역사회 반발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본안소송 역시 처분성과 원고 적격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하지만, 즉시항고와 교수평의회 차원의 법적 대응, 교육부 이의제기 등이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의 핵심은 양 대학이 심사 당시 제출한 계획서와 증빙자료, 세부 평가표를 공개하고 순천대 부지 확보계획과 감점기준 적용 여부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데 있다.
강성휘 목포시장은 “국립의대 설립은 대학 간 경쟁을 넘어 의료취약지역 주민의 생명권과 직결된 국가사업이다”며 “법원의 각하 결정을 승패로만 해석하기보다 특별시가 평가자료를 공개하고 교육부가 최종 결정권자로서 심사의 공정성과 법률적 실현 가능성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